아기자기 스위트룸
카테고리
작성일
2017. 7. 5. 19:09
작성자
순묵애빛

 

 

※ 원작 캐릭터와 자작 캐릭터가 엮이는 드림 소설

합작 링크

 

 

 

 

 

 

 

 

 

 

 

 

 

 

캐릭터, 상디(원피스)

스타일, HL 연인

 

 

 

 

 

 

 

 

 눅진 습기로 가득 찬 이른 아침의 바다를 유유히 전진하는 배 한 척이 있었다. 닻을 끌어올린 채 바다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이동하는 배는 밀짚모자 일당의 사우전드 써니호였다. 모두가 잠든 시각, 조용한 배 아래서 일순간 거센 물소리가 들리더니 허연 것이 첨벙 뛰어올랐다. 불침번을 서던 프랑키와 조로가 경계 태새로 그것을 주시했다. 푸른 잔디 위에 주저앉아 물을 뚝뚝 흘리며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사람은 마린. 그들의 동료였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던 두 남자는 긴장을 풀고 인사를 건넸다.

 돌고래 인간인 마린은 종종 배를 떠나 근처 바다를 여행하곤 했다. 갈 때마다 돌아오기까지 며칠이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이틀 만에 돌아왔다. 마린은 그냥 멀리 가고 싶지 않았다고 샐쭉 웃는다.

 그녀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금발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마린의 이름을 외치며 하트를 뿜어내는 사람은 이 배의 요리사 상디. 잔뜩 젖은 몸에 수건을 덮어주며 안부를 살핀다. 아른히 빛나는 푸른 눈이 크게 깜빡이다가 수줍게 아래로 수그러진다. 볼을 붉게 물들이며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에 덜컥 움직임을 멈춘 상디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이번엔 당황한 마린이 부르르 떠는 그의 안부를 살핀다. 두 연인의 콩트에 질린 기색을 보이는 조로와 그에 반해 흐뭇하게 바라보는 프랑키. 불침번을 선 두 남자는 모두가 깨어날 시간이 되자 제 자리로 돌아갔다.

 상디와 마린의 대화는 끝날 줄 몰랐다. 근처 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했는지 말하는 마린에게 그는 사근사근한 말투로 맞장구를 치고 부드러운 눈으로 마주했다. 우중충한 오전부터 분홍빛 아우라를 내뿜는 두 사람 덕에 어쩐지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도 같았다.

 이 배의 선장은 아침 식사가 준비되기 직전에 일어났다. 졸린 표정으로 식탁에 앉은 그는 낯익은 목소리가 인사를 건네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졸려서 반쯤 감긴 눈으로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던 그는 결국 식사로 나온 접시에 얼굴을 박고 잠들어버렸다. 동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마린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린이 배를 나갔다 올 때면 유난히 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나미는 근처 날씨에 대해, 로빈은 역사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쵸파는 바닷 속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들은 아침식사가 끝난 뒤 차근차근 질문했다. 끝까지 잡고 놔주지 않던 사람은 항해사인 나미. 나흘은 나갔다 오던 마린이 이틀 만에 돌아온 이유가 이상기후 때문인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마린은 그저 주변 바다가 너무 조용했다고, 생물이 자기 밖에 없는 섬뜩한 분위기를 오래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건지 어쩌다가 들은 건지, 위에서 불쑥 튀어나온 루피가 모험의 냄새가 난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나미는 날씨가 이런 탓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며 제발 그곳으로 가보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달란 표정을 했다. 그녀의 말을 지지하듯 마린도 지루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했다. 루피는 나른한 눈을 물끄러미 주시하다가 매우 실망하며 위로 쑥 올라가버렸다. 가면 꼭 무슨 일이 생긴단 말이야. 나미가 털어놓자 마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선장님의 호기심은 조용히 끝난 적이 없지.

 우울한 바다에도 불구하고 밀짚모자 일당의 배는 언제나 그랬듯 활기찼다. 동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동료의 일을 하나하나 궁금해 하는 선장에게 시달릴 때, 마린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랐다. 점점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해서였다. 위로 올라가면 나아질 거라는 약간의 희망이 부서지는 순간에도 마린은 내려갈 수 없었다. 뿌연 증기에 가려져 아래가 까마득히 보이지 않았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려움에 그녀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대로 뛰어 내리자니 다리가 충격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 몸이 굳은 채로 머리만 열심히 굴리던 마린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최대한 침착하게 위에 있다고 외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디가 펄쩍 뛰어올라왔다. 무미건조한 표정에서 공포를 읽은 상디는 살짝 품을 벌렸고, 마린은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좀처럼 하지 않는 스킨십을 먼저 해올 정도면 그 짧은 순간에도 많이 불안했던 듯. 상디는 모두가 찾고 있다고 달래듯 두어 번 토닥이고 가볍게 안아들었다. 이대로 내려가도 괜찮죠? 상냥하게 묻자 마린은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주억이고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뛰며 마린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의 노력 덕분에 마린은 무사히 잔디 갑판으로 내려왔다.

 안개는 바로 앞에 있는 것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어졌다. 주변 날씨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안개가 심해질 수 있나? 당황한 그녀를 내려놓지 않고 상디는 곧바로 큰 방으로 향했다. 동료 모두가 그곳에 모여 있었다. 마린은 걱정하는 나미와 우솝에게 멋쩍게 웃으며 사과했다.

 항해사가 당황할 정도로 알 수 없는 기후에, 밀짚모자 일당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활기찼던 분위기가 심각한 안개 때문에 가라앉았느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선장은 굴하지 않고 누구보다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아직 이른 때에 허기를 호소했다. 요리사는 배고프다고 호소하는 선장에겐 날카롭게 받아쳤으면서 달달한 걸 먹고 싶다는 항해사에겐 격양된 목소리로 당장 대령하겠노라고 외쳤다.

 방금 전까지 이상기후로 불안하던 사람 맞나? 마린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노곤한 미소를 지었다. 마린 씨도 드릴까요? 그녀는 옆에 놓인 미지근한 물만 홀짝일 뿐 말이 없다가 아직 식사시간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상디는 디저트를 준비할 생각이었지만 살아온 삶에서 디저트라는 걸 경험해보지 않은 마린으로서는 알 리가 없었다. 옆에 있던 쵸파가 식사 후에 맛있는 과자나 빵을 먹는 거라고 설명했다. 마린은 이해해도 아는 게 없으니 원하는 걸 말할 수 없었다. 상디는 입맛에 맞춰드리겠다며 소매를 걷었다.

동료들은 기다리는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디저트에 대해 애기했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었고 쓴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 건 배에 안 찬다며 오로지 고기만 외치는 사람도. 디저트 덕분에 우울한 안개는 저 멀리 치워두는 듯 했다.

 마린도 단 거 좋아하지? 문득 쵸파가 물었다. 마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솜사탕만큼 단 거는 많이 못 먹는다고 덧붙였다. 그런 음식은 입에 넣는 순간부터 혀가 찌르르 울리는 따가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마린은 싱겁고 밍밍한 음식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선호했다. 찾아보면 맛있는 음식이 있고,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요라사가 있는데 지금까지 마린이 밀짚모자 일당 앞에서 먹은 거라곤 건더기 없는 미지근한 스프가 전부였다. 그녀가 원해서였다고는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음에 동료들은 아쉬워했다. 맛이 강하면 혀가 아프다며 먹으려하지 않았기에 상디는 고심하며 디저트를 준비했다.

 동료들이 좋아하는 디저트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할 때도 상디는 마린의 입맛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쌉싸름한 것과 짠 것 중 어느 것이 나은지, 새콤한 게 좋은지, 달콤한 건 어느 정도까지 괜찮은지. 마린은 얌전히 앉아 기다리면서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아직도 자욱한 안개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던 밀짚모자 일당은 어느 새 마린의 입맛을 화제로 삼았다. 맛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스프만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한 게 많았다. 그 중에서도 루피는 고기가 없는데 어떻게 살 수 있냐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마린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어. 배가 좀 많이 고플 뿐이야, 라며 씁쓸하게 웃는 바람에 울컥한 나미가 먹고 있던 쇼트케이크를 건넸다. 한 입 크기로 썰어져 내밀어진 케이크를 받아먹고 작은 입을 오물거린다. 생에 처음이라고 해도 될 법한 마린의 케이크 시식에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은 요리사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가운데 신중히 음식을 씹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가에 진한 호선을 그렸다. 푸른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이 맛있다는 뜻인지, 상디가 묻기도 전에 살짝 격양된 목소리가 맛있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사르르 녹는 식감과 달지 만은 않은 맛이 깔끔해서 좋았다는 반응은 밀짚모자 일당을 미소 짓게 했다.

 혼자 서있던 상디가 이것도 입에 맞았으면 좋겠다며 마린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가 건넨 것은 티라미스. 심플한 디자인의 작은 크기였다. 아기자기한 디저트의 주인은 감탄하며 망설임 없이 포크를 들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심조심 입에 넣었다. 오물거리던 입에서 푸스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가 봐도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상디는 다소 긴장한 얼굴이었다. 마린은 둥근 눈을 깜빡이기만 할 뿐,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맛이 없어? 갸웃, 고개를 움직이며 묻는 사람은 루피였다. 거절의 의미로 하얀 머리가 살짝 찰랑였다. 마린은 단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맛있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며 적절한 말을 생각했던 것이다. 상디는 노곤히 웃었다. 맛있게 드셔주신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그에게 마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마지막 접시까지 모두 비워질 즈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로빈이 안개가 사라졌다고 말해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앞도 흐리게 보일 정도로 짙게 껴있던 안개 대신 진한 그림자가 그려질 정도로 쾌청한 하늘이 있었다.

모두가 이해 못할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나미가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다물지 못하던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공포를 먹고 사는 안개가 있다고 들었어. 그게 그 안개 아니었을까? 그 안개는 어떻게 해도 짙어질 뿐으로, 생물의 시야를 조여 공포심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한다.

 날이 흐리든 맑든 활기찬 밀짚모자 일당. 산뜻한 햇살을 맞고 기분이 좋아진 선장은 우솝, 쵸파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다른 동료들도 디저트 타임을 마치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갔다.

 마린은 계단에 앉아 장난치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밝은 햇빛을 받은 파란 눈동자와 하얀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의 눈이 나른히 감겼다. 눈 끝에서 둥글게 자리한 하얀 속눈썹이 조금씩 흔들렸다. 마린은 쏟아지는 졸음을 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옆에 기대어 그대로 잠들어버리려는 그녀를 안아 든 사람은 상디. 그는 마린이 눈동자를 닮은 하늘을 보고 계단에 앉을 때부터 달달한 시선으로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제 품에 안겨서도 눈 뜰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얼굴로 잠에 빠져드는 여인을 내려다보던 그는 행복 가득한 미소를 띠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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