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스위트룸
카테고리
작성일
2016. 4. 23. 19:56
작성자
순묵애빛

작성일 15.08.23 23:21





틀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




트위터 드림 전력 :: 당신의 수호천사
서른아홉 번째 주제, 망설임
캐릭터, 코가미 신야(사이코패스)
스타일, NL 집행관x갱생학자




※ 오너캐 등장
※ 퇴고 안 함
※ 1기, 마키시마를 쫓기 위해 떠나기 직전

※ 원작 캐릭터와 자캐가 엮이는 드림소설을 싫어하시는 분은 열람을 자제해주세요

※ 자작설정 추가(갱생학자 = 잠재범들의 범죄 계수를 낮추는 일을 함. 의사, 상담가와 다르다. 범죄계수를 낮추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범죄와 관련된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면 범죄 계수가 확 올라가버려서 집행관에겐 사실상 쓸모가 없다.)


















 마지막은 평소와 다름 없었지만 어쩐지 회색빛이었다.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어 해를 가렸다. 따스한 햇살 대신 눅눅한 바람이 몸을 감싼다. 날씨 탓인지 남모르게 차오르는 설움 탓인지 어깨가 살짝 떨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달력을 살폈다. 오늘이 아니기를, 오늘은 아니기를 빌며 달력을 주시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것 같아서 서둘러 일어났다.
 어쨌든 마지막인 것이다. 막고 싶어도, 고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해서도 안 되기에.



 나는 평소처럼 살가운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코가미 씨."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그는 평소처럼 나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오늘로 마지막이네요."

 보고 있던 그의 눈에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손은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를 넘겼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이 기획은 기한이 정해져있어요."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느긋한 나의 말에 그는 지나치게 차분한 톤으로 답했다.
 살짝 웃음이 나오려고 할 때 고개를 서류를 보는 척 숙이면서 숨길 수 있었다. 공안국의 눈이기도 한 나에게 평소와 다름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 테지만 내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작은 점 하나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도 알고 있다. 아무리 자기가 주의한다고 해도 자신의 사소한 행동의 오차까지 읽어낸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의 데이터를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야 그가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러니 나도 평소처럼 행동해야 한다. 내가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혼란스러울 게 뻔했다. 그는 내가 자신을 도와주는 이유를 모를 테니까.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거죠."

 살짝 미소 지으며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마지막이라 이어서 상담하기도 애매하고, 안 만나자니 마무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조금 고민했어요."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보았다. 역시나, 그는 올곧은 시선으로 나를 주시했다.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건 어때요?"
 "예?"
 "그동안의 내용을 정리해서 차트로 만들었어요."

 만지작거리던 서류를 돌려서 그의 앞으로 밀었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류와 나를 번갈아 보다가 서류를 집어들었다.

 "이 기획 자체는 큰 성과를 이뤄내진 못했지만 코가미 씨에 관한 개인적인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리는 거예요, 자료와 시간을."

 혼자 생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죠? 시계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모자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계획을 검토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기 위한 시간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그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도움이다. 씁쓸한 웃음이 나올 것 같다.
 가만히 서류에 집중하는 그를 지켜보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떠나야 한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고 목에서 목소리가 맴돌았지만 입을 꾹 닫고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천천히, 평소처럼 느긋하게 걸었건만 어느 새 몸은 문 앞에 다다랐다. 여길 나가면 다시는 못 보겠지. 허탈한 웃음이 닫힌 입을 비집고 터져나왔다.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문 옆 기기에 갖다대는데 문득, 그가 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와서 약해지면 안 되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 코 끝이 아려왔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라서 서둘러 문을 열었다.

 "선생님."

 가벼운 바람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에 섞인 소음을 잘못 들은 줄 알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뒤이어 같은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그것이 혼자만의 시간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인지,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인지 확실치 않았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묶여있었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 행동 하나 할 때마다 망설이고 고민했던 걸 눈치챘을까? 그라면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점차 확신으로 물들어갔다.
 시간이 지나고, 그에게서 멀어지는 동안 계속 쓰라린 아쉬움이 무겁게 내려 앉아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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