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스위트룸
카테고리
작성일
2018. 9. 2. 01:32
작성자
순묵애빛

 

※ 원작 캐릭터와 자작 캐릭터가 엮이는 드림소설

※ 현대/셰프au

※ 캐릭터 붕괴 주의

 

셰프au를 좋아해서 그러한 배경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필자가 레스토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읽다가 '이럴 수 없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드신다면 필자의 지식이 부족한 탓이구나, 하고 너그럽게 넘어가주세요ㅠㅠ

웬만한 것은 열심히 검색하고 있습니다 ㅇ(-(...

 

 

 

 

 

 

 

 

 

 

 

 

 

 

 

 

 모처럼의 휴일이건만 방금 전 코가미는 본인의 일터에 다녀오는 길이다.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부터 함께 일해온 파티시에가 퇴사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의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 붙잡을 수도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만큼 빈 자리가 크다. 예전부터 파티시에를 새로 구하긴 했지만 신입 몇 명으로 그 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 그는 그만큼 실력이 좋은 파티시에였다.

 물론 운영에 지장은 없을 테지만 당분간 디저트 분야의 신메뉴 개발은 할 수 없고 VIP의 특별한 요청 또한 거절해야 한다. 그 당분간은 언제까지가 될 것이며 퇴사한 이와 같은, 혹은 보다 좋은 파티시에를 데려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코가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귀중한 휴일 저녁에 시간을 내달라고 한 사람은 레스토랑의 VIP고객이자 그의 오랜 지인인 시온이었다. CEO인 그녀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자주 식사를 했고, 이따금씩 이러한 약속을 잡았다. 시온은 레스토랑이든 사적인 자리든 같은 사람이었지만 레스토랑에서는 코가미의 입장을 헤아려 예를 갖춘다. 레스토랑을 자주 찾으면서도 개인적으로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는 지인 대 지인으로서 못다 한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코가미는 그녀가 알려준 위치로 차를 몰았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차로 20분 가량 걸리는 거리였다. 시온과의 저녁 약속은 대부분 시온이 권유해왔고, 장소는 코가미의 직장과 가까운 곳이었다. 이번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 그녀의 지인을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둘 혹은 그녀의 비서를 포함한 셋이서 식사를 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시온의 지인이 한 명 있다.

 능숙하게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타이밍 좋게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 맞은 편에 있는 디저트 카페로 오라는 시온의 연락이었다. 코가미는 단순히 그곳의 디저트를 먹고 싶어서 근처로 오라고 한 건가 싶어 잠시 생각하다가 곧 그만 두었다.

 

 "제 시간에 왔네? 이것 좀 들어줘."

 "쿠니즈카는?"

 "퇴근했지."

 

 그가 막 디저트 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 시온이 양 손 가득 종이가방을 들고 나오는 중이었다. 코가미가 자신을 짐꾼으로 부리려는 건 아닌지 잠깐 의심할 정도였다. 시온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자유로워진 오른손을 들어 카페 안쪽을 가리켰다.

 

 "저기 보여? 카운터 옆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가씨. 저 아가씨가 오늘의 초대 손님이야."

 

 빨간 매니큐어로 꾸며진 손가락 끝에는 하얀 속눈썹을 내리깔고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여성이 있었다.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동자가 밝은 녹색을 띠는 건 알 수 있었다. 코가미가 초대 손님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시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 그만 뒀다면서? 새로운 파티시에 구할 거지?"

 "그렇긴 한데, 소개시켜 주려고 만나자고 한 거야?"

 

 시온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강요는 아니야. 사람 찾을 수고를 아주 조금 덜어줬을 뿐이지. 그치만 론은 내가 아는 파티시에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아둬."

 "론?"

 "그건 내가 부르는 애칭. 이름은 이따가 서로 만나면 알려줄게."

 

 제 할 말을 마친 시온은 약속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코가미는 시온이 여성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 생각하며 그녀가 흔히 볼 수 없는 녹색 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국적인 느낌, 확실히 이곳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면접 시작이에요, 셰프?"

 "저 분은 아직 근무 중이잖아."

 

 익살맞게 묻자 코가미는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시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일이 많아서 추가근무 해야한대. 약속 시간에는 안 늦을 테니까 먼저 가있으라던데?"

 

 늦나 안 늦나, 그거 확인하려고 온 것도 있어. 뒤에 덧붙이는 시온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있었다.

 시온이 초대한 손님은 카운터 근처를 바삐 돌아다녔다. 마치 그 넓은 공간을 홀로 관리하는 것처럼. 코가미는 시온이 한 번 더 부르고서야 식당 쪽으로 움직였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두 사람이 메뉴판을 보고 있을 때 연락이 왔다. 방금 퇴근했으니 먼저 주문 해놓으란다. 시온은 망설임 없이 본인과 초대 손님의 메뉴를 골랐다. 가장 비싼 메뉴였다. 코가미가 본인 것을 고르고 마음 대로 정해도 되냐고 물었다. 이럴 때 먹여줘야지 안 그러면 안 먹는다는 게 그녀의 대답이었다. 부담스러워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시온은 그저 웃었다.

 코가미는 유난히 조명빛을 잘 받는 하얀 머리를 손으로 급히 빗어내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여성을 발견했다. 유니폼 갈아입을 테니 10분 내지로 오겠다는 시온의 예상과는 달리 초대 손님은 그보다 더한 15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시온의 밝은 머리카락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던 그녀는 맞은 편에 앉은 코가미와 눈이 마주치자 눈에 띄게 흠칫 놀라더니 어색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코가미가 미소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이자 시온이 몸을 틀어 뒤를 보았다.

 

 "어서 와, 론. 여기 앉아."

 

 나긋한 어투로 인사하며 안내하자 초대 손님은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어찌나 급하게 왔는지 머리카락은 나름 정리했음에도 부스스 했고, 어깨가 빠르게 들썩였다. 시온은 미리 따라두어 미지근해진 물컵을 건넸다.

 

 "고마워요."

 

 살그머니 웃는 표정에는 눅진 피로가 묻어났다. 시온은 한 컵을 다 비우는 그녀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다가 자신의 컵도 내밀었다. 론은 멋쩍게 웃으며 그것 마저 비우고는 겨우 숨을 돌렸다.

 

 "많이 바빴지?"

 "오늘이 특히… 휴가철이어서 그랬나봐요."

 

 시온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며 진정될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코가미도 그녀가 신경쓰지 않도록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가빴던 호흡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시온이 박수를 한 번 치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소개시켜줄게. 신야 군, 여기 아가씨가 오늘 내가 초대한 손님, 로니 드루. 아까 봤다시피 저쪽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파티시에야."

 "반갑습니다."

 "론, 이쪽 신사는 저번에 말했던 셰프, 코가미 신야."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코가미는 이제야 제대로 된 소개를 받았다. 론 역시 그랬다. 시온은 첫 만남부터 분위기가 괜찮은 두 사람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직원이 음식을 들고 오자 뒤로 살짝 물러났다.

 

 "파스타는 어느 쪽인가요?"

 "이쪽이에요."

 "스테이크는 다른 두 분에게 드리면 될까요?"

 "네."

 "네?"

 

 시온의 앞에는 파스타가, 코가미와 론 앞에는 스테이크가 각각 놓여졌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론은 깜짝 놀라 새된 목소리를 내며 시온을 바라보았다. 시온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론에게 윙크했다.

 

 "시, 시온 씨, 이건……"

 "저번에 먹고 싶다고 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부담돼서 싫다는 소리 하지 마. 게다가 너처럼 힘들게 일하면 고기를 든든하게 먹어줘야 한다구."

 "그―"

 "나이프랑 포크는 이렇게, 편한 손으로 쥐고. 어떻게 썰어 먹는지는 알지?"

 

 파스타 맛있겠다. 시온은 다소 과장된 움직임으로 포크와 스푼을 쥐고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 와 본 곳인 만큼 적당히 기대하겠다는 필요 없는 말을 하는 건 론의 거절을 거절하겠다고 말하는 듯 했다. 시온이 쥐어준 나이프를 들고 망설이던 론은 하는 수 없이 식기를 음식에 가져갔다. 느린 움직임으로 한 조각을 썰어 입에 물자,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녹아나왔다. 힐끔 론의 반응을 살피던 시온은 활짝 웃었다.

 코가미는 친해보이는 두 사람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녀가 론을 얼마나 아끼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시온이 이끌어준 덕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그녀가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우자, 코가미는 천천히 눈을 굴려 내부를 살폈다. 식당 내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깔끔한 곳이다. 운영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벌써 치워진 테이블에 두 팔을 올리고 창 밖을 바라보는 론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밖을 바라보니 어느 새 불이 꺼진 카페가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어두운 빛을 받아도 선명한 녹색을 띠는 눈동자에서는 쉽게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코가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로니."

 "…네?"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 조금 놀랐는지 목소리도 조금 격양되었다. 코가미는 저를 바라보는 론의 눈을 가만히 마주하다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파티시에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여기로 온 게 2년 정도 되었으니, 곧 있으면 2년 채울 거예요."

 "전에는 어떤 곳에서 일했는지 물어봐도 괜찮나요?"

 

 론은 생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카페가 있는데 일을 좀 도와드렸어요."

 "부모님도 이쪽 분야 일을 하십니까?"

 "네, 다른 나라지만."

 "외국에서 오셨군요."

 "프랑스예요."

 

 론은 신중하게 묻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코가미가 낯을 가리는 그녀를 최대한 배려해준 덕에 대화를 편안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벌써 면접 중이야?"

 

 어느 새 자리로 돌아온 시온이 물었다. 코가미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궁금했던 걸 물어봤을 뿐이야."

 "그걸 신야 군 입장에서 하면 면접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 자, 이만 가자. 론은 내가 데려다줄게."

 "아, 감사해요."

 

 시온은 카페에서 구매한 종이 가방을 한가득 들더니 반을 코가미에게 넘겨주었다. 지갑을 꺼내려고 손을 비우는 건가 싶었지만 곧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신야 몫."

 "선물 드린다는 분이 코가미 씨였어요?"

 "응, 그래서 론이 직접 만든 거 달라고 했지."

 

 코가미가 얼떨떨한 얼굴로 서있자 시온이 개구진 얼굴로 웃으며 윙크를 날렸다. 이 자리는 앞서 그녀가 밝혔듯 단순한 저녁 식사 자리가 아니었다. 앞서 론을 코가미에게 소개시켜주는 자리였다. 이 디저트도 시온이 론을 소개하는 장의 연장선이다.

 

 "론이 만들어서 다른 것보다 맛있어."

 "정해진 레시피 대로 만든 거예요."

 "같은 레시피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 당연한 일이지."

 

 론이 어색하게 손사레를 치며 덧붙이자, 시온이 반박했다. 그녀는 쑥스러워하는 론을 웃으며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카드를 꺼내 계산하고, 반으로 줄어든 종이가방을 한 손에 든 채 여유롭게 식당을 나섰다. 코가미는 살짝 벌어진 종이가방 사이로 내용물을 보았다.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예쁘게 담겨있었다. 시온이 왜 그렇게 극찬을 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아, 신야! 먹고 나서 꼭 어땠는지 말해줘야 해. 알지?"

 

 먼저 어둠 속으로 사라진 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쩔쩔 매는 론을 옆에 두고 손을 높이들어 크게 흔들었다. 이 자리를 마련하고 서로를 소개시켜준 게 본인은 굉장히 잘 한 일이라고 생각 중일 것이다. 실제로 코가미가 론을 채용할지 생각은 하게 만들었으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코가미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멀리서 꾸벅 인사하는 론이 보인다. 그는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론에게도 살짝 손을 흔들어주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해둔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 봉투만 요란하게 큰 디저트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집에 가서 고민할 일이었다.

 

 

 

 

 

'2F 서재 > PSYCHO-PA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햄버거 키스였나 :: 신야론  (0) 2019.06.06
신야론 2세 설정  (0) 2018.10.04
신야론 1000일 축전  (0) 2018.03.10
신야론 로그 b  (0) 2018.01.03
손가락이 얼어붙을 즈음 :: 신야론  (0) 2017.12.31